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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alk : 보통날/Daily : 일상

호주 일상 데이오프: 쉬는 날 치아바타 굽굽

by 바나니안 2022. 10. 12.



비염인들은 알 것이다.
빵이 미친 듯이 먹고 싶은 날이 유독 있는데,
그날 하필 코가 안 좋으면 버터 들어간 건 먹지 못한다는 것 😔.
비염 때문에 병원에 가면 항상 듣는 얘기 중 하나가
절대 유제품 드시지 마세요.
유제품이 체내 염증 수치를 올린다고 하셨던 것 같다.

그런데 집에서 하루 쉬니까 딱히 할 것도 없고,
빵이 정말 미친 듯이 먹고 싶은 것이다.
그래서 버터 우유 안 들어간 빵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
문득 치아바타가 떠올랐다.
치아바타는 올리브 오일, 이스트, 밀가루, 소금 그리고 물이면 된다.
1928년 이탈리아에서 아드리아라는 베이커에 의해
탄생하게 된 엄청 엄청 간단한 빵! 그래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.

여러 레시피를 보는데,
아무래도 이스트가 들어간 빵이라 그런지 발효 시간이 꽤나 길었다.
나는 지금 최대한 빨리 먹어야겠는데 어쩐담? 🤔
손과 발을 동동 굴렀다.




생각하면서 커피나 일단 마셔보자, 하며
친구가 한국 떠날 때 줬던 벙커 커피 드립을 내렸다.
정말 간편하고 맛있어서 데이 오프 때마다 즐겨 마신다.

그러다가 유튜브에서 한 레시피를 발견했는데,
생각보다 발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.
또 빵을 해먹을 날이었는지 이 겨울에 햇볕이 쨍쨍했다.
그래서 창문 앞에 반죽을 놓아두었더니
발효가 아주 짱짱하게 잘되었다.

만드는 과정은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어서 발효가 얼마나
잘 되었는지를 공유할 수는 없지만,
시간은 대략적으로 넉넉잡아 3시간 걸렸던 것 같다.
1차 발효가 한 40분,
2차 발효도 한 40분,
마지막 3차 발효가 한 30분 정도 걸렸다.


오븐에 들어간 치아바타를 보면 이러하다.
👇🏻


치아바타를 늘 먹어보기만 했지, 이렇게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라
도대체 언제 오븐에 집어넣어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다.
반죽이 최종적으로 두 배 이상 부풀면 오븐에 넣을 시간!
뭔가 구워지는 폼을 보니 생각보다 잘한 것 같다. 🥹




오븐에서 갓 나온 자태가 썩 나쁘지 않다.
처음 구운 것 치고는 꽤 괜찮게 나온 것 같다.
겉은 바삭하고 안에는 촉촉한 게 치아바타의 특징인데,
그 특징 그대로 아주 잘 나와줬다. ❤️

쭉 식히려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뜯어먹기로 결정!



딱히 뭘 찍어먹지 않아도 맛있었다.
갓 구운 빵이 주는 선물 같은 맛인 것일까
아니면 내가 잘 구운 것일까. 🤔
이렇든 저렇든 만족스러웠던 베이킹이었다.


사실 어떻게 치아바타가 나와야 잘 만든 치아바타라고
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서 내가 먹고 맛있으면 그만이지!
이런 생각이었는데, 문득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났다.

때마침 집으로 돌아온 하우스메이트에게 다른 로프 하나를 주니
저녁에 치즈랑 토마토소스 넣고 먹을 거란다.
나보다 한수 위! 😁

먹고 나한테 너무 잘 먹었다며 치아바타 진짜 잘 만들었다 했다.
물론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, 기분이 좋았다.

다음에는 포카치아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.
포카치아도 은근 간단하고 치아바타랑 비슷한 결이니까!

베이킹 하나 했다고 하루가 이렇게 가다니...